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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3.30 -- 에디톨로지
  2. 2013.05.20 -- 남자의 물건

에디톨로지

2015.03.30 08:30

평소에 개인적으로 주장하는 것 중 하나가 '인간은 새로운 것을 창조할 수 없다'라는 생각입니다. 우연히도 이 책을 서점에서 살펴보다가 책 구절 중에 비슷한 말이 나오는 것으로 보고 기쁜 마음으로 구입을 하였습니다.


사실 저자인 김정운 교수에 대해 개인적으로 호감은 아니여서 차일 피일 미루다가 이제서야 꺼내서 읽어보았습니다. 저자는 세상 모든 것들은 끊임없이 구성되고, 해체되고, 재구성되며, 이 모든 과정을 편집이라고 정의합니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에디톨로지(edit+ology - 저자가 만든 단어임)’는 ‘편집학’이라고 정의합니다.


이 편집이라는 것이 단순한 짜집기나 믹스가 아니라, 인간이라는 주체에 의해 일어나는 행위라고 말합니다. 개인적으로 클라우드 오피스 관련 비즈니스를 하면서 주로 기업이나 기관에서 지식을 생성하는 일련의 과정에 대해서 살펴보면서 '구성-해체-재구성'이라고 대변되는 에디톨로지가 기업이나 기관의 생산성 활동의 핵심과 맞닿아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저자는 창조는 편집('구성-해체-재구성'을 위한 에디톨로지)이라고 하면서 지식을 만들어낼 때 자극을 받아들이는 것은 우리가 지식을 구성하는 첫 번째 단계이며, 받아들인 자극은 정보를 구성하고 그 정보는 서로 연합하여 지식으로 발전한다고 말합니다.


자극이라는 것이 시작되어야 지식을 만들 수 있는데, 기본적으로 인간은 자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만 본다고 합니다. 특히 사회적 지위가 높을수록, 장사가 잘될수록, 나이가 들수록 자신이 원하는 것만 보느라 세상이 어떻게 바뀌는지 모른다고 하며, 심지여 자극을 받아들일때도 선택적 자극이나 무주의 맹시와 같은 오류를 범하게 된다고 합니다.



이 지식은 정보와 정보의 관계이며, 구성된 지식은 또 다른 지식과 연결되어 메타 지식이 되는데, 이러한 지식은 다시 계층적 지식과 네트워크적 지식으로 나눌 수 있는데, 전통적인 지식이 계층적 지식이라면 마우스와 인터넷으로 검색하고 복사하고 붙여넣기가 일반화된 요즘의 지식은 네트워크형 지식으로 생산된다고 합니다. 


(대표적인 무주의 맹시 실험 예시 : 화면을 보여주면서 패스를 몇 번하는지 세어보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화면 중간에 고릴라가 나타난 것으로 못 본다고 함)


관점 및 장소와 관련해서도 원근법의 발견은 객관성의 발견이 아닌, 인식하는 주체, 즉 '주관성'의 발견이라고 저자는 말하면서 어떻게 보느냐, 어디서 보느냐에 따라서 받아들이는 정보가 달라지는 것을 말합니다.


또한, 공간 편집에 따라 인간의 심리는 달라지는데, 예를 들어서 천장의 높이만 조금 더 높여도 창조적으로 된다고 합낟. (미네소타 대학의 마이어스-레비 교수 천장 높이를 30Cm 높일 때마다 사람들의 문제 해결 능력에 변화가 생기는 것 발견)


그리고, 예비군복만 입어도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말하고 행동하는 것을 예비군 훈련을 가면 볼 수 있는데, 예비군복같은 제복은 '심리적 대형'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군대식 공간 편집이 제복을 통해 심리적 공간 편집으로 이식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저자는 또한 개인은 편집된 개념이라고 합니다. '나'는 내 기억이 편집된 결과로서 상황이 달라지면 '내가 기억하는 나'는 달라진다고 말합니다. 오랫만에 만나는 어릴때 친구나 예전 직장 동료들과 이런 저런 옛날 얘기를 하다보면 그들이 말하는 예전의 나를 보면 과연 내가 맞는가 싶을때도 가끔 있는 것을 경험하면서 저자의 이야기에 고개가 끄덕여 집니다.


특히나 흥미로웠던 점은 원래 동양에는 '개인'과 '사회'라는 단어 자체가 없었다고 합니다. 근대에 들어서 서양의 정보를 번역하면서 생겨난 단어였다고 합니다. 단어가 없었다는 것은 개념이 없었다는 것이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원래 심리학을 전공하신분이여서 그런지 몰라도 지식, 문화, 관점, 장소에 대한 에디톨로지를 말하다가 마음과 심리학까지 이야기하면서 사실은 이야기를 쫓아가기 어려웠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준구난방이라는 느낌까지 들었는데, 포스팅을 위해서 찬찬히 살펴보면서 알게 된 것은 이 세상의 지식과 문화 속에  숨어 있는 구성-해체-재구성이라는 구조를 저자는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지식과 문화측면에서 저자의 이야기에 깊은 공감을 느끼고 많은 새로운 생각을 할 수 있었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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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날 독서일기 김정운, 에디톨로지

남자의 물건

2013.05.20 18:30
좋은 책이란 무엇일까요?

많은 배움이 있어야 하고 재미가 있어야 하지만 무엇보다 읽는 이의 기대에 부응하는 책이 좋은 책이라고 생각됩니다.

'기대'라는 것이 명확한 기준이 있는 것이 아니다보니 '기대'에 부응하는 좋은 책을 고르는 것이 너무나 어렵습니다.  그래서 수박을 살 때 조금 맛보는 것처럼 서점에 나가서 책을 미리 살펴보고 사게 됩니다.

최근 논란이 된 책 사재기를 통한 베스트셀러 만들기는 온라인 서점으로 책 유통의 패권이 넘어간 뒤에 출판업계에 소문으로 떠돌던 이야기여서 개인적으로 가급적이면 베스트셀러는 가급적이면 사지 않으려고 했고 나름 유명한 베스트셀러였던 이 책도 역시 외면을 하다가 최근에야 읽으면서 깊은 공감을 하게된 책입니다.


이 책을 외면했던 이유는 무엇보다 저자인 김정운 교수님이 TV에 자주 나오기 때문입니다. TV 등의 매체에 자주 나오는 교수님 중에 빈수레를 본 적이 너무나 많았기에 이 분 역시도 빈수레구나 생각했습니다. 

물론 이 책을 다 읽고 난 지금도 김정운 교수님의 학문적인 성과나 깊이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지 못하기에 그 분이 빈수레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적어도 책에서 이야기하는 내용에 대해서는 <마흔 논어를 읽어야 할 시간>보다 훨씬 나에게 더 공감이 가는 책이었습니다.

저자는 심리학 전문가답게 남자의 물건에 대해서 남자들을 인터뷰하고 분석한 내용을 책으로 엮었습니다. 남자의 물건이라고 하면 그 물건을 생각하실 수 있지만, 저자는 남자들의 애장품(?)을 통해서 남자들을 분석합니다.

이 책에서 저자는 '한국 사회의 문제는 불안한 한국 남자들의 문제다. 존재 확인이 안 되기 때문이다'라고 이야기하면서 ' 불확실한 존재로 인한 심리적 불안은 적을 분명히 하면 쉽게 해결된다'고 이야기합니다. 사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명퇴나 정리해고에 대한 위협이 현실적으로 다가오기 때문에 더욱 존재의 불안을 느끼고 무엇보다 소통이 점점 어려워짐을 느낍니다.

저자는 한국 남자들이 존재의 불안을 느끼는 것 중 하나로 자신의 존재의 근거를 확인할 것이 제대로 없이 '사회적 지위'와 같이 불안한 것으로 존재확인을 하고 있으며, 심지어 사회적 지위는 반드시 사라지기 때문에 '그토록 위세 당당하던 이들도 은퇴하는 그 순간부터 바로 헤맨다. 은퇴 후 불과 몇 달 사이에 표정이나 태도가 어쩌면 저렇게 초라해질까 싶은 경우를 자주 본다.'라고 이야기합니다.

또한 한국 남자들은 말귀 못 알아듣는 경우가 많은데 그 이유는 '자신의 내면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에 대해 너무 무지하다는 사실이다. 내가 도대체 뭘 느끼는지 알아야 타인과 정서 공유할 수 있을 것 아닌가? 자신의 내면에 무지한 이들에게 나타나는 결정적인 문제는 판단력 상실이다. 인지능력은 멀쩡하지만 보통사람들과는 전혀 다른, 아주 황당한 결정을 하게 된다. 돌아보면 주위에 이런 사람들이 너무 많다.'라고 합니다.

40대인 저에게 <마흔 논어를 읽어야 할 시간>보다 더 이 책이 도움이 되었던 것은 바로 이러한 한국 남자들 특히, 나이 먹은 남자들의 문제와 한계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남자의 물건을 통해서 남자들을 분석하는 것은 어쩌면 또 다른 나의 모습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아 조금은 부끄럽고 또 조금은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Words (Between The Lines Of Age)
Words (Between The Lines Of Age) by petertandlund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 금지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남자들의 물건은 저자 주변의 지인인 시인 김갑수씨의 커피 그라인더, 사진작가 윤광준의 모자, 저자 김정운의 만년필, 이어령의 책상, 신영복의 벼루, 차범근의 계란 받침대, 문재인의 바둑판, 안성기의 스케치북, 조영남의 안경, 김문수의 수첩, 유영구의 지도, 이왈종의 면도기, 박범신의 목각 수납통 등 입니다. 

시인 김갑수의 경우 '도구에 헌신하고 도구를 위해 희생하다 보면, 자기 자신의 일상은 아주 사소하고 하찮은 게 되어버린다'고 합니다. 또한 이어령씨의 경우 '큰 책상에 대한 그의 욕심은 모든 남자들이 가지고 있는 공간 점유의 욕구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설명합니다.


그리고 차범근의 계란 받침대를 통해서 차범근 인생의 절정은 독일에서 가족들과 함께 한 따뜻한 아침식사였다는 것을 부러워합니다. 그리고 안성기의 스케치북에 그려진 자화상을 통해서 '상대방을 압도하는 그림 속의 눈빛은 그가 얼마나 자신만만한가를 보여준다. 철저한 자기 절제와 인내로 이뤄낸 오늘날의 자신에 대한 자부심'을 이야기합니다.


또한 유영구의 지도를 통해서 지도가 가지고 있는 '그리는 사람의 의도와 관점이 숨겨 있음'을 이야기하면서, '자신의 관점이 상대적이라는 사실을 인정할 때, 타인의 관점을 인정할 수 있다. 독선과 아집에서 벗어나 대화와 타협이 가능해진다'는 획일화의 굴레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한국남자들의 한계를 이야기합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 물건에 대해서 생각해 봅니다. 내가 집착하는 물건이 무엇인지 나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돌아보는데, 딱히 떠오르는 물건이 없습니다. 왜 이렇게 난 재미없이 사는걸까하는 생각도 듭니다.


저자는 '자기가 하는 일에 어떤 재미도 느끼지 못한다면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된다.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은 내가 하는 일을 즐겨야 한다는 사실이다. 재미있어야 오래 일할 수 있다. 내가 재미있어야 상대방도 즐거워진다. 결국 자신의 삶이 재미있는 사람들만 다른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러면서 '이젠 ‘근면’ ‘성실’ ‘고통’ ‘인내’ 같은 지난 시대의 내러티브와는 구별되는 새로운 차원의 성공 내러티브가 필요하다. ‘재미’ ‘행복’ ‘즐거움’의 내러티브가 진짜 성공한 삶의 조건'이라고 이야기 합니다.


여러분은 얼마나 자신의 일이 재미있나요?

한국에서 나이 많은 남자들이 물어보면 안되는 질문 같기는 합니다만...


뱀다리) 오도독에서는 이 책의 전자책 버전을 싸게 판다고 12000원에 팔던데, 교보문고에서는 종이책은 10500원에 팔고 있네요. 오도독 문서뷰어도 별론데 가격은 더 별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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