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의 의사결정

2016.03.03 18:00

회사의 대표로서 사장이라는 자리는 매우 외로운 자리이다.


위상으로 보면 회사라는 조직에서 제일 위에 있다보니, 마음 터놓고 이야기를 주고받을 동료가 없고 무엇보다 힘든 점은 뒤에 아무도 없다는 것이다.


임직원이라면 내 역할을 대신하거나 백업해줄 누군가가 있기 마련이어서 토스를 해버리거나 안되면 도망치기(라고 쓰고 이직 또는 퇴사라고 읽는다)라도 할 수 있는데 사장은 최후의 1인 이기에 외면할 수도 없고 도망칠 수도 없는 고독한 위치이다. 무엇보다 사장이 힘든 것은 의사결정의 최종 책임을 지는 것이다. 


회사라는 조직 운영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의사결정이다. 일을 하면서 할지 말지, 한다면 어떻게 할지, 누가 할지, 언제까지 할지 등등을 결정해야 한다. 이러한 결정은 각 업무의 담당자가 일차적으로 하게 되지만, 실무자가 결정하기 어려운 점은 품의를 통해 결정권자의 결재를 받아서 실행하게 된다.



사장의 의사결정도 사실 팀장이나 사업부장 또는 본부장의 그것과 차이가 없는데, 접하는 정보가 다르기에 상황을 판단하는 시각이 임직원들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


그리고 전문경영인 출신이든 오너 출신이든 대부분 사장은 끝없는 위기와 어려움을 극복해 왔기에 자기 생각이나 의견에 대한 확신이 매우 강하며 쉽게 생각이 바뀌지도 않을뿐더러, 쉽게 생각을 바꾸려고 하지도 않는다.


수많은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빠른 판단력과 의사결정이 필요하고 이는 카리스마로 보일 수도 있지만, 독선적인 의사결정이 될 수도 있다. 문제는 이러한 독선이 쌓이면 오만이 되고 결국에 무모한 의사결정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사장의 의사결정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할까? 


1. 소통 없는 의사결정은 최소화하자


의사결정은 그 회사의 일하는 방식과 문화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까라면 까'라는 의사결정도 있을 수 있지만, 의사결정은 선택의 문제이기 때문에 이슈와 현황에 대해서 다양한 해결책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사장으로서 지금까지 경험을 통해서 잘 알고 있겠지만, 실무자가 내놓은 해결책이 현실을 반영하여 최선이 아니고 차선이라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사장들이 힘들어 하는 것 중 하나가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인데, 현실을 무시하고 의욕이나 의지만 가지고 일을 할 수 없다.


담당 임직원의 의견을 바로 잡을 수 있고 때로는 '그냥 까'라고 결정할 수 있지만, 적어도 충분한 소통을 통해서 '사장님은 남의 말을 듣지 않는다'라는 얘기를 안 듣도록 의사 결정 결과와 관계없이 임직원들의 의견을 충분히 들어주어야 한다. 



2. 사장은 전지전능하지 않다


꼰대의 가장 나쁜 것 중 하나는 '내가 해봤는데...'로 시작되는 미리 단언하는 버릇이다. 사장이면 이미 산전수전 공중전을 겪은 사람이다. 의사결정이 필요한 일에 대해서 관련 임직원의 이야기를 10초만 들어도 상대방이 무슨 얘기를 하려고 하는지 알 수 있다.


똑같아 보이는 일도 언제, 어디서, 누가 하느냐에 따라서 그리고 관련된 컨텍스트가 달라지면 완전히 다른 일이 될 수 있다. 그리고 내가 해본 일이라고 해서 지금 내가 하면 더 잘할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없다. 물론 더 잘할 수 있을 수도 있지만, 사장이 그런 일 하라고 있는 사람은 아니다.


사장이 책임을 지는 사람이지만 일을 하는 것은 직원들이다. 믿고 기다려주자. 믿음이 가지 않는 것은 믿지 않기 때문이다. 여전히 믿음이 안 가면, 미안하지만 그 사람을 내보내야 할 때다.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없다는 점을 기억하고 임직원을 믿자.



3. 최종 의사 결정은 사장이 한다


2차 세계대전 때 미 육군 공수부대를 배경으로 만든 미국 드라마 <밴드오브브라더스>는 개인적으로 자주 보는 드라마이다. 실제 있었던 이지 중대를 배경으로 했는데, 당시 고증이 탁월해서 유명한 드라마이다.


이 드라마에 보면 이지 중대에 다이크 중위라고 하는 장교가 중대장으로 오게 되는데, 중요한 작전을 수행하는 와중에 패닉에 빠져서, 부하들의 요청에 'I don't know'만 외치면서 결국 많은 부하들이 죽어 나가는 상황을 만드는 모습이 나온다.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 때 가장 좋은 것은 올바른 결정이고, 다음으로 좋은 것은 잘못된 결정이며, 가장 나쁜 결정은 아무 결정도 내리지 않는 것이다." <前 펩시콜라 CEO 로저 엔리코>


항상 올바른 결정을 내리면 좋겠지만, 무거운 책임감을 버티며 결정을 내리는 것이 사장의 역할이다. 회사는 친목단체도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곳도 아니다.


역사책을 보면 거사를 앞두고 하늘의 뜻을 묻는 모습을 많이 발견할 수 있다. 거사에 대한 당위성과 의의를 만들기 위한 작위적인 행동일 수 있지만, 그만큼 거사를 이루기 위해 심사숙고하고 마음을 다잡았으려고 하는 노력으로 볼 수 있다.


의사 결정 그것도 사장의 의사 결정은 여러 사람의 삶을 전제로 하기에 무겁고 두려운 것이다. 하지만, 의사결정에 대해서 생각해보면 이 이야기는 사장만이 아닌 모든 의사결정을 하는 사람들이 고민해 봐야 할 내용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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